억소리 나는 스피커로 듣는 LP 소리…파주는 황홀경이다

입력 2021-06-03 16:30   수정 2021-06-04 10:09


프리드리히 니체는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고, 피곤한 삶이며, 유배당한 삶”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음악 애호가는 물론 막 음악 감상에 빠져든 20~40대 사이에 LP 음악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1970~1980년대 유행했던 LP 음악감상실이 곳곳에 다시 생겨나고, 중고 LP판이 고가에 거래됩니다. 최근에는 경기 파주에 지상 4층 규모의 대형 LP 음악감상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단일 규모로만 따지면 세계 최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노래하고 연주하며 화합하는 곳’이라는 뜻을 담은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라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음악과 함께 즐겁게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요. 고통스럽고 지쳤을 때 음악으로 종종 위로받았다는 마틴 루서처럼 우리도 음악으로 치유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1930년대 첨단기술의 총합 웨스턴 일렉트릭
파주의 콩치노 콩크리트 앞에는 임진강이 유장하게 흐른다. 강줄기는 속절없이 평온하다. 임진강을 뒤로하고 콩치노 콩크리트 내부로 들어가니 물결처럼 음악이 쏟아져 들어온다. 콩치노의 첫인상은 잘 만들어진 콘서트홀 같다. 콘서트홀과 다른 것은 무대가 있어야 할 곳에 놓여 있는 거대한 스피커들이다. 826.45㎡ 규모에 객석은 테이블도 없이 모두 정면을 향하고 있다. 2층에는 콘서트장이나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볼 수 있는 돌출된 객석까지 있어 오케스트라 홀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연주회장 정면에는 1930년대 전설의 명기로 소문난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가 세 개나 놓여 있다. 1930년대 당시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완성한 이 시스템은 워낙 거대해서 최소 1500~3000석 정도의 대형극장에서 쓰였다고 한다. 80년 전 스피커라고 하지만 지금도 복각이 어려울 정도로 음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의 최첨단 오디오 기기들이 현미경으로 음표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듯 음의 디테일을 강조한다면,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는 음의 골격을 확실하게 잡아주면서 자연스러운 실재 음을 들려준다고 평했다. 전문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치 연주회장에서 듣는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했다.
좋은 음악 나누고자 건물 완공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 옆에는 대형 나무판처럼 생긴 유로노 주니어(Euronor Junior)라는 이름의 스피커가 있다. 독일의 물리학 박사인 칼 크뤼거와 콘스키 크뤼거 형제가 만들었다. 유로노 주니어는 높이 3.5m, 너비2.6m에 무게는 150㎏이나 되는 대형 스피커로, 주로 독일의 1500석 이상 대극장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공습으로 인해 대부분 파괴되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이 드물다. 콩치노 콩크리트의 설립자인 오정수 원장은 우연히 독일 남부도시를 여행하던 중 한 극장에 설치된 유로노 주니어 스피커를 발견했다. 오 원장이 비싼 값을 치르고 한국으로 가져오려 하자 독일 당국이 문화재라는 이유로 반출을 막았다. 유로노 주니어 스피커는 무려 한 달이나 독일 공항에 압류돼 있다가 겨우 들여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음악인도 아닌 오 원장이 콩치노 콩크리트 같은 거대한 콘서트홀을 지은 것은 음악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10대 후반부터 음악에 푹 빠져 살았던 그는 돈만 모으면 오디오 기기를 사는 음악 마니아였다. 처음에는 소니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다가 오디오 기기의 하이엔드라는 마크 레빈슨, 골드문트, 자디스 같은 최고급 오디오 기기를 섭렵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빈티지 기기인 웨스턴 일렉트릭을 알게 되면서 사자고 마음먹었다. 또 이 빼어난 소리를 혼자 들을 게 아니라 넓은 공간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아시아의 인어’로 불렸던 전 수영선수 최윤희의 언니이자 1982년 뉴델리 아시안 게임 배영 은메달리스트인 부인 최윤정 씨도 남편의 계획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콩치노 콩크리트 콘서트홀의 대표이기도 한 최씨는 “콩치노 콩크리트에서 LP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넘어 실제 공연도 열고, 음악 영화도 보여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음악은 끊임없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창문 너머 임진강에는 붉은 태양이 고요하게 강밑으로 내려앉았다.

파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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